불황 먹고 5조로…NPL시장 '씁쓸한 호황'

입력 2023-04-05 17:55   수정 2023-04-06 01:44

올해 국내 NPL(Non Performing Loan·무수익여신) 시장이 지난해보다 2.6배가량 커진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이후 경기 침체와 금리 급등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부동산 담보물이 공매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자금줄이 막힌 상업·공업용지 등도 줄줄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NPL 시장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물가·고금리에 부실기업 ‘쑥’

5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은행이 매각한 NPL 규모는 총 678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3694억원)에 비해 1.8배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은행이 올 한 해 매각할 NPL 규모가 최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1조9328억원)에 비해 3조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NPL은 은행의 여신 건전성 분류(5단계)에서 고정(3개월 이상 연체) 이하로 분류된 대출금과 지급보증액을 의미한다. 은행권 NPL의 90%가량은 기업 대출이다. 부동산 담보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담보 NPL을 전문투자사가 싸게 사들여 구조조정을 한 뒤 조금 더 높은 가격에 팔아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은행에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NPL 시장이 커지는 구조다.

국내 NPL 시장은 2012년 6조53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 3조~4조원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기업의 일시적 유동성 악화를 막기 위해 대출 만기를 연장해줘 지난해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밑돌았다.

올해 NPL 시장의 급성장이 점쳐지는 건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벌어들인 수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부실 징후 기업은 185곳(지난해 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1년 새 25곳(13.5%) 늘었다. 또 한국은행이 72개 건설사를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만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기업’ 비중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의 3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상가 등 줄줄이 공매로
부동산 경기 침체도 NPL 시장의 몸집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이후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초기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 악화를 우려한 금융회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전 단계인 브리지론(토지담보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서울 지하철 사당역 인근에 추진되던 2800억원 규모의 22층짜리 주상복합 부지가 공매로 넘어갔다. 대출금리 급등과 PF 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상가, 오피스텔, 호텔 등 돈줄이 막힌 부동산 사업장도 줄줄이 공매로 넘어가고 있다. 경기 시흥과 인천 송도신도시 등에선 대형 상업시설이 연이어 공매로 나오고 있다. 경매·공매 정보 업체인 탱크옥션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20여 건의 근린상가가 공매로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브리지론 금리가 연 20%까지 치솟고 있다”며 “이마저도 제대로 연장이 되지 않으면서 NPL 시장에 나오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새마을금고·신협·캐피털사의 부동산 PF 채권 부실화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NPL 시장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NPL 전문 투자회사 대표는 “캐피털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사가 올해 내놓을 NPL 물량만 1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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